[동문수기] 유혜령 / Utrecht University

Publication date: 2017-03-22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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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프랑스 파리로 가는 경유지로써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 내렸을 때만 해도 네덜란드는 저에게 풍차와 튤립의 나라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1 년 후에 양손 가득 큰 짐 가방을 끌고 최소 4년의 박사과정을 위해 다시 한 번 스키폴 공항에 발을 들였고, 지금은 제게 네덜란드는 연구환경이 좋은 나라가 되었습니다.

처음 박사 유학을 준비할 때는 솔직히 네덜란드는 제 고려 대상에 있지 않았습니다. 다만 저에게는 제 관심 분야인 바이러스 연구를 계속하고 싶다는 확고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관심 분야에 맞는 곳을 찾는 것이 제일 큰 관건이었습니다. 그때 저의 눈에 들어온 것이 제가 지금 속해있는 Antivirals-European Training Network 프로젝트였습니다. 이름에서도 유추가 가능하듯이, 이 프로젝트는 항바이러스 개발을 목표로 산학연 연계 형태의 연구 컨소시엄입니다. 7개 대학과 5개 산업체로 구성되어 있는데, 네덜란드에서는 제가 속해있는 Utrecht University와 Leiden University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에 지원 서류를 보낸 후, Utrecht University의 교수님과 두 차례 스카이프 인터뷰, 그 후 직접 일하게 될 학교와 실험실에 방문하여 인터뷰를 진행하였는데, 실제로 만나기 전, 미팅을 조율하는 이메일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이미 네덜란드 사람들이 굉장히 오픈 마인드라는 인식을 받았었습니다. 프로젝트 매니저는 물론 교수님조차 직책이나 경어 없이 자신을 first name으로만 불러달라며 제게 재차 강조를 했었습니다. 방문 인터뷰 동안 다양한 나라에서 온 구성원들과 만나고, 학교 내에서는 물론, 슈퍼마켓을 포함한 일상적인 상황에서도 영어 사용이 자연스러운 것을 보면서 비영어권에서 유학하는 것에 대해 가졌던 두려움을 접을 수 있었습니다.

Utrecht는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네덜란드에서 4번째로 큰 도시이고, Utrecht University는 네덜란드에서 가장 크고, 가장 많은 영어 수업을 제공하는 곳입니다. 우리나라보다도 작은 국가인 네덜란드는 오래전부터 교역을 통해 성장을 해서인지, 다양성을 중요시하고 그 일환으로 많은 외국인 학생을 유치하는 데 많은 노력을 쏟고 있습니다. Utrecht University에는 이미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있어서인지, 학교 측에서도 상당히 준비가 되어있다는 인상을 받았는데요, 외국인 학생들의 네덜란드 적응을 돕기 위해, 비자 발급에서부터 집 구하기까지 practical matters에 대한 정보 제공은 물론 도움을 요청하면 담당자가 매우 빠르게 응답을 해주었습니다. 대부분의 정보가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영어로 게시가 되어 있어서 필요할 때마다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박사 과정은 철저히 연구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박사 과정부터는 학생이 아닌 학교의 직원으로써 대우를 받으며, 그만큼의 독립적인 연구 수행이 요구됩니다. 박사 과정 초기부터 대부분 연구 주제가 뚜렷하게 정해지는데, 일부 학생들의 경우, 해당 주제로 연구 제안서를 써서 NWO (네덜란드 과학 연구협회)로부터 직접 펀딩을 받기도 합니다. 또는 출신 국가에서 장학금을 받아서 유학을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교수가 먼저 프로젝트 제안서를 써서 펀딩을 확보한 후 박사 과정생을 모집하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한국처럼 입학 시기가 따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펀딩 유무에 따라 채용 공고가 나게 됩니다.

한국과는 다르게 네덜란드에서는 박사 과정 동안 학점을 채울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수업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Utrecht University에는 PhD course centre라는 시스템이 있는데, 대부분의 소프트 스킬(커뮤니케이션, 논문 작성, 시간 관리, 프레젠테이션 등)은 본인의 시간과 필요에 맞게 수업을 신청해서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그 외 전공 지식에 관련된 수업도 있기는 하지만 필수가 아니며, 대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세미나와 강의가 수시로 열립니다. 세미나와 강의 참여 역시 개인의 자유입니다. 한 마디로 네덜란드에서의 박사 과정은 “it’s up to you”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에 언급한 제가 속해있는 Antivirals는 산학연 형태의 프로젝트이다 보니 각 참여 기관의 전문 분야가 다르고, 마찬가지로 각 기관에 소속된 박사 과정생들의 배경도 매우 다양합니다(생물학, 화학, 약학 등). 서로 간의 업무 이해도를 높이는 것은 공동 연구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매년 두 차례씩 있는 네트워크 미팅 때마다 각 분야에 대해 강의가 제공됩니다. 또한, 학교에 따라 소프트 스킬에 대한 교육 기회가 전혀 주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교육도 제공됩니다. 저는 이것이 마리-퀴리 ETN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연구 환경과 높은 연구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네덜란드의 과학에 대한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은 것 같습니다. 처음 현미경으로 미생물을 관찰하여 미생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안토니 반 레벤후크가 네덜란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아는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자신의 관심 분야가 네덜란드라는 나라에서 어떤 수준인지 한번 찾아 보세요. 현미경을 들여다 보아야만 발견할 수 있었던 미생물처럼 어쩌면 지금까지 놓치고 있었던 기회를 발견하게 되실 수도 있습니다. 그 기회를 잡아서 더 많은 기회와 경험을 제공하는 이곳, 작지만 멋진 나라 네덜란드에 오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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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2017-03-22 04:05